[여행] 충청남도 서천군에서의 짧은 휴식
8월 초에는 제가 사는 동네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휴가를 가기 시작하던 시즌이었는데, 저는 내리는 비를 보며 저의 휴가는 비가 좀 그치면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8월 말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살고, 일하다보니 좀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충청남도 서천군'이라는 곳으로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서천군까지는 기차도 있습니다. 용산에서 서천역까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있습니다. 기차를 좋아하는 저는 기차를 타고 싶었으나... 서천군 내에서의 이동을 생각하면 차는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자가용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비가 쏟아져서 오랜만의 운전이었는데 조심조심해서 운전을 했습니다.
약 2시간 반을 걸려서 도착한 서천군. 저는 2박 3일의 일정이었고, 첫날은 서천군에 있는 '서천특화시장'에서의 점심 식사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가족의 지인께서 이곳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그 곳에서 우럭과 전어로 훌륭한 점심을 맞이했습니다.

서울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여러 번 이용해봤고, 여기도 비슷했습니다. 시장에서 회를 뜨고, 그것을 식당으로 가져가서 먹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회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수산 시장은 사람도 많고 식당은 또 시끄럽기도 해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지역의 시장에 왔는데 그냥 지나치면 도리가 아니지요.
수산시장은 1층에 있고, 식당은 2층으로 올라오면 됩니다. 2층에서 보니 여기는 도르래와 바구니를 이용한 운송(!) 시스템이 되어 있었습니다. 촤르륵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아래에서 보낸 회가 바구니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규모가 그리 큰 곳은 아니라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우럭의 찰진 식감과 뼈째 썰어 낸 전어의 고소함을 만끽하고, 서천군에 오래 거주하신 분의 안내를 따라 뷰가 좋다는 카페로 이동했습니다. 서천군수와 인연이 있는 건물이라던데, 확실히 동네에서는 눈에 띄는 건물이더군요. 아무래도 평일 한낮에, 그것도 휴가철을 다소 피해 온 시점이다보니 한산했는데, 주말에는 사람이 좀 있을 법 했습니다.
창가에 앉아 바라 본 뷰는 안타깝게도 날씨가 흐린 관계로 그다지 좋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군산의 풍경은 복잡한 서울 도심을 잠시나마 떠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해주었습니다.

카페에서 지역에 대한 이야기와 어르신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다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책 파트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최근에는 지역소멸에 대한 정책들에 대해 듣던 차였는데, 인구 5만의 도시에 와보니 정말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서울에야 이런 저런 프랜차이즈 카페에 블럭마다 자리잡은 테이크아웃 커피까지 정말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서천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이디야 정도였습니다. 인구가 적으니 당연한 것인데, 30년만 지나도 지역의 풍경이 정말 달라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카페를 들른 후에는 서천군에 있다는 국립생태원으로 갔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 아닌가 싶었는데, 어르신들께서 보고 싶다고 하시니,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비가 와서 날씨가 후덥지근 했는데 생태원은 그래도 깔끔하게 어린이들이 생태를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게 꾸며놓았더군요. 아무래도 지방은 수도권보다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그런 컨셉에 맞추어 꾸며놓으면 나름의 관광자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생태원은 기후별 체험관도 있고 산책하기에도 좋습니다. 물론 여름에는 순환 기차를 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저도 너무 습하고 다리 아파서 탄 것은 비밀). 가족단위로 오신 분들도 많았지만 중년 커플이나 청년 커플도 의외로 있었습니다. 혹시 이 곳을 오실 계획이라면 컨디션이 좋을 때, 조금 걸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는 서천군에서의 2일차 이야기, 선유도와 월정 호수 등 군산에서의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