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 같은 로봇의 손, 현실로 다가옵니다.
1987년 작, 영화 '로보캅'의 주인공 머피는 누가 봐도 로봇입니다. 티타늄으로 만든 단단한 외피를 두르고 있는, 로봇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3년 전의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기계, 그러니까 로봇들은 적어도 외관은 인간의 피부를 입고 있습니다. 인류는 인간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고 싶은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약 30년이 지난 최근, 정말 인간의 피부를 입혀 더 기능을 향상 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현재 자동차 제조 공정을 비롯해 많은 산업 현장에서 로봇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극한의 환경에서도 로봇은 지치지 않고 일정한 수준의 작업을 수행 할 수 있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형 로봇보다는 공정에 맞는 기능에 특화된 형태를 갖고 있는데,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팔’ 형태입니다.
팔에는 손이 달려있기 마련입니다. 잡는 형태도 있고, 밀어내는 형태도 있을 것입니다. 수행하는 기능에 맞게 로봇을 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KAIST의 박형순, 김택수 교수 연구팀이 로봇의 손에 입힐 수 있는 인공 피부를 개발한 것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다양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것 중에는 원통형이,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자판기형, 그리고 앞서 언급한 터미네이터에서는 인간의 피부를 입고 있는 로봇도 등장했습니다. 인간형은 로봇에 대한 경계심이나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서도 있지만, 그 형태가 인간을 보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인간형으로 제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인간의 손이 표피와 피하지방, 근육 이렇게 3개의 층으로 구성된 것을 참고해 실리콘과 라텍스로 층을 만든 것이 핵심입니다. 표피는 얇은 실리콘으로, 피하지방은 다공성 라텍스로, 근육은 단단한 실리콘으로 구성해 잡는 물건에 따라 맞춤형 변형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견고하면서도 안정감과 조작감을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마찰력 때문이라면 인간의 피부보다 더 강한 마찰력을 가진 표면을 만들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로봇이 물체를 잡기 위해서는 인간의 엄지에 해당하는 손가락이 있어야 했는데, 인간의 피부를 이용한다면 굳이 엄지손가락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로봇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측면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즉 AI의 측면에서도 딥러닝을 통한 연구도 뜨거운 주제입니다. KAIST에서는 딥러닝 기술과 연계해 인체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피부 형 센서’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를 들썩였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이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과거 ‘로봇’으로 불렸던 대상은 이제 좀 더 넓은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로봇은 생각보다 산업계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다, 20세기 말,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영화들이 보여줬던 것처럼 별로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성인식기술을 통한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AI의 등장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AI가 그림도 그리고 빠른 길도 찾아주고, 소설도 쓰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과학의 진보를 허용할까요? 한번 쯤 생각해볼만한 주제입니다. 일단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위험을 감소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은 환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제 산업용 로봇 손에 입힐 인공 피부가 개발되었으니, 다른 부위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