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졌습니다. 하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 입니다.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처장님께서 오늘은 칼칼한 갈치조림이 땡긴다고 하네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갈치였기 때문에 기대감에 부풀어 시청옆을 거닐었습니다. 마침 오늘은 시청 광장에서 한우 축제가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회식을 고기 보다는 깔끔하게 먹고 헤어질 수 있는 메뉴로 하다보니 한우는 안먹은지 좀 되었습니다. 한 팩 살까 했는데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얼른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남대문을 지나 남대문시장 쪽으로 꺾어 들어가니 복작복작 합니다. 코로나19 이전의 분위기가 나는 듯 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갈치조림 메뉴를 골랐던 처장님이 조금 헤맵니다. 물어보니 한 번 와본거라 조금 헷갈린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길에서 안내해주는 붉은 자켓을 입은 분들께 물어보니 바로 알려줍니다. 이 분들은 항상 안내를 해주겠다며 길 한복판에 계시던데 외국어도 잘하고 말입니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갈치골목 안에는 갈치집이 즐비합니다. 시장마다 특색있는 골목들이 있지요. 광장시장은 육회와 부침개, 안양은 순대볶음. 가끔은 시장마다 있는 그 골목들의 기원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미 해놓은 분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좁은 골목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가게 중 어디로 가나 했는데, 입구에서 가까운 '희락 갈치조림'으로 들어갔습니다. 11시 35분 쯤 도착했는데, 이미 만석이어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여기는 자리가 많더군요. 하지만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득찼습니다. 역시 사람 많은 동네의 점심 시간은 11시 30분에는 시작해야 합니다.
메뉴는 금방 나왔습니다. 피크타임에는 계속 사람이 몰려오니 미리 준비해놓을테니까, 착석만 한다면 금방 식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계란찜에는 뭔가 소스가 들어갔는지 좀 진한 맛이 난다고 할까요? 갈치구이는 서비스 개념인데 너무 기대를 하지는 마시길. 그래도 저는 맛있게 뜯긴 했습니다. 꼬리 부분이고 좀 작아서 살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메인 요리이고, 대부분의 손님들이 주문한 갈치 조림은 준수한 맛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제주도에서 먹었던 갈치조림보다 낫다고 하셨는데,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일거라 생각합니다. 제주도 갈치가 유명하지만 모든 식당이 맛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 맛집에서 맛있는 국산 갈치를 이용한다면 더 맛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입맛이란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보편적인 맛이란게 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점심 식사로 한 끼 먹기에 충분히 맛이 있는 식사였습니다. 가격은 12,000원 이었습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저희 옆 테이블에는 오늘 전역한 것으로 보이는 군복입은 청년들 셋이 앉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재들끼리 군대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전역한 청년들 옆에서 전역한지 최소 십수년에서 20여년도 더 지난 아재들이 이야기를 하는게 좀 민망해서 소곤소곤 이야기 했습니다^^;;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나 했는데 아직인가 봅니다. 사무실로 복귀하며 남대문시장의 명물 호떡을 사서 베어 물으니 뜨거운 설탕이 천천히 녹아듭니다. 서울에서 갈치와 호떡이 생각난다면 남대문 시장에 한 번 가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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