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록

창문형 에어컨의 장점과 단점!

황로 2020. 6. 14. 23:49

대학 신입생 시절,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잔디밭에서 음식을 못 먹게 해서, 친구들의 기숙사에서 배달음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가끔 그 시절 함께 먹었던 피자탕수육, 고추통닭 등 추억의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맛있게 먹고 나면, 버스가 끊겨서 그냥 친구들 방에서 자고 가던 때가 있었는데 제 시선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창틀에서 덜덜 거리고 있는 네모난 물체인데, 그것은 바로 에어컨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에어컨이라고는 집에 있는 스탠드형이나, 강의실에 있는 천장형 에어컨이 전부였는데 창틀에 볼품없이 달려 창틀과 함께 진동음을 내는 에어컨은 상당히 생소했습니다. 당시 기숙사생들 사이에서 기숙사 시설이 낡다고 불만이 있었는데, 좀 시끄럽기는 해도 그래도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창문형 에어컨은 그나마 감사하게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창문에 달린 에어컨을 그 이후에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창문형 에어컨이 잘 팔린다는 기사를 다시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제가 약 15년 전에 보았던 그 에어컨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에 본격적으로 찾아보았습니다.

 

약 15년 전, 저기 왼쪽 창틀에 창문형 에어컨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잠들기에는 상당히 큰 소리였다. 

저도 대학교 기숙사에 처음으로 보았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창문형 에어컨의 보급률은 낮았습니다. TV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등장해서 찬바람이 시원하게 나오는 커다란 스탠드형 에어컨 광고만 했으니까요. 창문형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엄청난 폭염이 우리나라를 뒤덮었던 여름, 폭염에 도저히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에어컨을 주문하기 시작하는데 2개월을 대기해야 하던 때가 기점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스탠드형 에어컨에 비해 저렴하고, 설치도 간편한 창문형 에어컨의 수요가 증가했고, 다음 해인 2019년부터 창문형 에어컨 신제품이 등장했습니다. 창문형 에어컨도 가격대가 넓은데, 저렴한 것들은 정속형으로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꺼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다 다시 작동하는 등 멈춤과 작동이 반복되면서 전력 소모도 크고, 소음도 더 큽니다. 또 다른 방식인 인버터형은 외부 온도에 반응하고, 소음도 적은대신 비용이 3배 가량 비싼 것이 흠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른 더위로 다들 에어컨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에어컨을 보면 과거 환경단체에서 인턴하면서 경험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일을 하러 갔는데 너무 더워서, 왜 에어컨이 없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사실 그 단체에서도 에어컨을 사는 것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환경보호를 위해 결국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듣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천장형 에어컨. 천장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언제나 상쾌하다.  

과거 에어컨의 냉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고, 열역학 원리로 공기의 열을 교환하면서 전기를 소모하는 만큼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로 환경에는 좋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윌리스 캐리어(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그 캐리어 에어컨이 맞습니다)가 최초의 전기식 에어컨을 개발한 이후, 인류가 도저히 살기 어렵던 곳에 도시가 생겼고, 문화의 꽃이 피었습니다.

 

제 지인이 에어컨도 없이 너무 힘들게 지내다 에어컨을 설치한 이후, 정말 행복하다며 삶의 질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그 덜덜 거리는 창문형 에어컨을 틀어놓고 친구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며 탕수육을 먹었던 때가 그립습니다. 지금은 천장형 에어컨 밑에서 시원하게 일을 하지만 그 때의 그 감성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창문형 에어컨을 구입하실 분들은, 반드시 창문형 에어컨 작동 영상을 보시고 소음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약 40~60 데시벨의 소음을 내는데 생각보다 큰 소음입니다. 일반 에어컨보다 조금 큰 수준이 아닙니다. 선풍기를 강풍으로 틀었을 때 수준의 상당한 바람 소리를 들어야 하고, 제대로 설치를 못할 경우 창문과 마찰하는 소리까지 납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보편적인 창틀에 맞는 형태로 출시되고 있지만, 제품마다 상이하며 설치 방식도 실외기가 있는 것보다 쉽다고는 하나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리고 시원함의 정도도 덜 합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창문에 설치할 수 있는 에어컨은 실외기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설치가 상대적으로 쉽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그러나 그 만큼 단점도 갖고 있기에, 충분히 알아보고 구매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