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록

강철의 연금술사 말고, 패러다임 변화의 2020 알키미스트 !

황로 2020. 5. 30. 01:07

고양이는 창 밖의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을까? 나중에 인간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양재동 카페. 

중학교 입학 이후, 저는 판타지 및 무협 소설을 비롯해 여러 만화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특히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이 3 작품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바로 ‘강철의 연금술사’였습니다. 다른 유명 작품들에 비해 볼륨이 적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생각해볼 주제들을 던져주었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완결이 아쉬울 정도로. 특히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연금술사’들인데, 무슨 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전쟁 병기들입니다. 전투에 능숙한데 여기서 ‘인간 연성’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주인공 형제 중 동생의 몸은 고철로 등장하기도 하죠.

 

그런데 한국에서 알키미스트, 그러니까 연금술사를 공식 정부 문서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20년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무슨 프로젝트길래 무려 20년짜리였을까요? 산자부의 설명에 따르면 ‘성공을 조건으로 하는 기존 R&D틀을 벗어나 파괴적 잠재력을 가진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과제’라고 합니다.

 

마침 제가 어제 포스팅한 내용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 및 개발 과제에서 성과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괴적 잠재력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새로 구성된 ‘그랜드챌린지위원회 2기’의 구성도 다채롭습니다. 기술전문가 위주에서 벗어나 공상과학, 미래학, 사회학 등 인문분야의 전문가들이 포함되었고, 그 결과는 지난 5월 초 발표한 테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10개 과제. 산업통상자원부.

지난 달 발표한 10개 테마는 그랜드챌린지위원회의 16인(인문 6인, 기술 10인)이 여러 자료와 공청회 등을 거쳐 도출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의미 있는 대목이 있는데, 현재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추구하는 미래 가치와 욕망 등에 기반하여 미래를 그리고, 이를 위한 기술들을 도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놓은 10개의 테마는 도전성, 혁신성, 산업적 파급력 등을 종합 고려했다는데 그 결과가 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1번, 2번, 3번, 5번, 10번에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10번 테마인 아티피셜 에코 푸드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그린 뉴들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것부터 해서 이미 돌입한 테마이기도 합니다. 이미 기술구현은 가능한데, 현재는 가격경쟁력이 없는 상태라 상용화까지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긴 합니다.

 

3번 테마의 경우 제가 학부에서 공부하던 때에도 나노 수준의 바이오로봇을 신체에 침투시켜 치료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2번은 아이언맨의 수트가 생각나네요. 이는 AI의 발달과 함께 장착이 된다면 아무래도 군사 분야나 소방 등 극한 환경에서 먼저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체력과 근력을 보조하는 용도의 부분 착용 수트는 이미 연구가 많이 되었습니다. 풀 수트 형태가 출시된다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아이언맨처럼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2020년도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문. 산업기술 R&D 정보포털. 

한강의 다리를 건너다보면, 이 넓은 강을 보다 쉽게 이동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했습니다. 5번 테마의 오프더그라운드는 지면에서 떨어져서 초근거기를 이동하는 것인데, 날아라 슈퍼보드 등의 형태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동력 등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장거리보다는 근거리를 먼저 목표로 한 것 같은데, 정말 기대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재 개인용 운송수단으로 인한 여러 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기술의 발달만큼 안전장치와 제도의 마련도 필수적일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팔을 뻗어서 닿지 않는 거리의 물건을 옮기고 싶다. 영화 엑스맨의 매그니토처럼 강력한 능력은 아니더라도, Brain to X의 2번 주제는 과거부터 많은 이들의 상상에서 꿈꾸었던 것입니다. 현재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스마트폰 등으로 나름 진보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만, 정말 생각하는 것만으로, 텔레파시로 외부와 소통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현재 각 주제에 정해진 예산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재 각 주제에 대한 과제를 6월 4일까지 접수 받고 있는데, 추후 과제가 확정되고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추가 예산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이 과제들이 실현되어서 영화에서만 보았던 세상을 현실에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좋아하는 게임 세상과 오가는, 마치 네이버 웹툰의 열렙전사 세계같은 것도 가능한 때가 오지 않을까요?

물 위를 달리는(?) 세상, 현실이 될 수도 있다.